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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헤르민/자연출산

산후 조리 삼칠일

hehebubu 2018. 2. 20.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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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누스 산후조리원은 갑작스러운 결정이었다. 원래 샤론 산후조리원을 예약해 놓았는데, 출산 당일 전화했더니 빈 방이 없다는 거다. 난감해서 급히 딴 곳을 알아보았고, 다행히 베누스 산후조리원에서 2주를 묵을 수 있었다.

방에서는 채광과 난방이 중요한데 둘 다 합격점이다. 창문도 있고 온돌도 있다. 식사는 방으로 배달해주지 않고 식당에서 뷔페식으로 먹는다. 단점은 아기와 함께하지 못하지만, 장점은 양껏 리필해 먹을 수 있다. 맛도 영양도 좋다. 3시에 간식, 8시에 죽이 나오고, 모유수유 촉진차가 항시 우려져 있다. 남이 해주는 밥도 맛있지만 남이 해주는 빨래도 못지않다. 산모 옷만 빨아주는데, 남편 옷까지 빨아주는 산후조리원이 있다면 인기가 좋겠다.

산후 마사지가 필수라더니 과연 그랬다. 다리, 등, 어깨, 목, 팔, 골반, 가슴 등 전신의 혈액 순환을 돕는다. 회당 12만 원이다. 특히 실장님의 가슴 마사지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출산 4일째부터 유방 울혈로 통증이 심해서 젖을 도저히 물리지 못할 지경에 이르렀는데, 실장님께 가슴 마사지를 받고 나니 유방이 덜렁덜렁 부드러워지고 젖이 쭉쭉 뿜어져 나왔다. 치밀 유방인 데다 기저부가 등에 딱 달라붙어 있어 젖몸살이 온 거라고 하셨다. 죽다 살아났다.

마사지를 현금으로 결제하면 복부에 황토 찜질팩을 붙여주는데, 오로 배출에 도움이 되었다. 회음부 열상이 아무는 데는 좌욕이 효과적이다. 이 밖에도 산후조리원의 큰 유익은 육아의 기초를 익히는 데 있다. 수유하는 법, 유축하는 법, 속싸개 싸는 법, 기저귀 가는 법, 목욕시키는 법, 트름시키는 법 등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았던, 어머니가 되는 법을 비로소 배우는 곳이다. 20대가 가기 전에 배웠으니 참 다행이다.

신생아실의 아기들, 분만실의 산모들, 교실의 학생들, 사무실의 직원들, 양계장의 닭들... ‘공장’이란 단어가 떠오른다. 우리 아이는 그렇게 키우지 않기로 했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아이로 키우리라.

세 타입의 산모가 있다. A는 가사와 육아를 모두 병행하는 산모, B는 가사는 맡기되 육아만 하는 산모, C는 가사와 육아를 모두 의탁하는 산모다. 대표적으로 가사란 요리, 빨래, 청소를, 육아란 수유, 수면, 목욕, 기저귀 갈기를 일컫는다.

산후조리원의 산모들은 대부분 C타입이다. 가사와 육아를 하기 싫어서 비싼 돈 내고 쉬러 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제2의 신혼여행이라도 온 듯 남편과 단둘이 투숙한다. 그동안 아기는 신생아실에 혼자 남아, 조리사들이 먹이고 재우고 씻기고 다 한다. 간호사는 젖이 없는데 어떻게 먹이느냐고? 우리에겐 대신 소젖(분유)이 있지 않은가! 혹은 산모들이 모유를 미리 유축하여 신생아실에 보관한다.

나는 2주 내내 모자동실을 하였다. 간호사들 눈 밖에 났다. 유별나다는 것이다. 왜 다른 산모들처럼 신생아실에 맡기지 않느냐는 것이다. 밤에 맡기고 잠 좀 자란다. 눈이 퀭해서 안쓰럽단다. 하긴, 21세기 최첨단 시대에 가정출산과 모자동실이라니. 수군댈 만도 하다.

욕을 먹으면서도 모자동실을 고집한 가장 큰 이유는, 우리를 닮았으면 해서다. 사람은 낳아준 이가 아닌 가르친 이를 닮는 법이다. 우리 아이는 어머니의 기도를 들으며 젖을 빨고 아버지의 찬송을 들으며 잠이 들며, 밤마다 성경을 읽어준다. 신생아실의 아기는 분유를 먹을 뿐이지만 모자동실의 아기는 말씀을 먹는다. 그렇게 가족이 된다.

단, 모자동실을 하려면 체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하루라도 젊을 때 낳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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