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아내 헤르민/가족여행 (19)
헤헤부부의 비밀일기장

2023. 6. 10. (토) ~ 2023. 6. 11. (일) 남편이 회사에서 시그니엘 숙박권을 타왔다. 부모님 선물로 아빠 생신에 맞춰 예약했는데 당일날 엄마가 호텔 침대 불편하다고 해서 석식만 하시고 잠은 우리가 자게 되었다. 호텔 예약할 때 숙박권에 쓰여있는 크레딧이 뭐냐고 물었더니 식당에서 쓸 수 있다고 해서 비채나 예약하고 부모님이 가셨는데 안 된다고 전화가 왔다. 그래서 분명히 된다고 안내받았다고 했더니 녹취 기록 확인하고 해줬다더라. 식사가 부모님 스타일은 아니었다고 한다. 한우가 손톱만큼 나왔단다. 조식은 맛있었다. 밥, 미역국, 전복죽, 김치, 해시브라운. 64, 36개월.

2023. 2. 4. (토) ~ 2023. 2. 5. (일) 주하 59개월, 서우 32개월. 친정 부모님이 주하 생일 선물로 워커힐 숙박권을 주셨다. 4시에 1층 로비에서 색소폰 4중주 합주단 ‘에스윗’의 공연을 감상하고, 5시에 한식당 ‘온달’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6시에 베이커리 ‘르파사쥬’에서 쇼핑을 하고, 7시에 라운지에서 야식을 먹고, 8시에 수영장에서 물놀이하고, 9시에 셋 다 곯아떨어지자 새벽까지 나 홀로 자유시간을 만끽했다.

2022. 8. 14. (일) ~ 2022. 8. 15. (월) 주하 54개월, 서우 26개월. 교회 장년부 수련회에 참석했다. 서우가 간혹 생떼를 부려서 애를 먹었지만 계곡물에 발도 담그고 수박도 원 없이 먹었다. 무엇보다도 주하가 같이 놀 친구들이 있어서 좋았다. 집에서 쉬고 싶지만 애들이 1분마다 엄마를 부른다. 남편이 퇴근하면 쉬고 싶지만 애들 좀 챙기란다. 애들이 잠들면 쉬고 싶지만 집안일을 같이 하잔다. 친정에 가도 애들 봐주는 동안 집안일을 하란다. 교회에 갔더니 훈련을 받은 만큼 좀 섬기란다. 이 넓은 세상에 내 몸뚱이 하나 누일 곳 없네. 이 많은 사람 중 맘 편히 기댈 이 하나 없네. 아무라도 내게 좀 쉬라고 말해준다면. 요양해도 모자랄 판에 일을 시킨다. 수유부 배려가 너무 없다.

2022. 8. 10. (수) ~ 2022. 8. 12. (금) 여름 휴가를 떠나려는 차 안에서 생리를 시작했다. 예정일이 열흘이나 남아서 안심하고 있었는데 웬 날벼락. 얼른 차를 멈추고 집에 가서 속옷을 갈아입고 생리대를 챙겼다. 여행 중에 생리를 하면 즐길 거리가 확 줄어든다. 속상하던 차에 호텔 팸플릿에 ‘달빛 비어 요가’가 눈에 띄어 얼른 예약했다. 강사님 설명을 따라 요가 매트에 눕는데 눈 앞에 장관이 펼쳐졌다. 평소 하늘 보는 것을 좋아하지만 바깥에 누워서 볼 일은 잘 없지 않나. 까만 하늘에 보름달이 하얀 구름을 타고 둥실둥실 떠가는데 너무 황홀했다. 애 둘을 남편한테 맡기고 5년 만에 요가를 하고 있으려니까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나에게 강릉은 태교 여행의 추억이 있는 곳이다. 5년 전에 ..

2022. 6. 23. (목) ~ 2022. 6. 24. (금) 남편이 인사동으로 출근한다며 전날 근처 호텔에서 묵을까 묻는데 서우만 데리고 가라고 했다 서우랑 25개월을 한시도 떨어지지 않고 살 부대끼며 살았더니 하루쯤 떨어져 있고 싶었다 그리고 다음날 오후 친정에서 상봉하기로 했다 남편은 퇴근 후 자는 서우를 그대로 카시트에 태우고 ‘더플라자’라는 호텔로 갔다 나는 밤새 예능 수혈을 하고 아침에 잠깐 일어나 주하 유치원 보내고 오전 내내 꿀잠 자고 일어났더니 몸이 아주 가뿐하고 개운해서 싱글벙글 다만 젖이 불어터질 듯 땡땡해서 좀 아팠다 서우도 평소에 아빠 회사 가고 나면 아빠한테 갈까? 서우도 회사 갈래! 아빠랑 카페 갈까 하던 소원을 원 없이 푼 듯한데 남편은 밤새 서우가 깨서 애를 먹었나 보다 ..

2022. 4. 23. (토) ~ 2022. 4. 24. (일) 친정 부모님은 격주로 골프를 치러 간다. 그래서 우리 식구는 발달 장애인인 막내를 돌보러 격주로 친정에 간다. 그런데 이번에는 설해원이라는 리조트가 좋다며 함께 가지 않겠느냐고 제안하셔서 동행하게 되었다. 여행과 예술은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감정과 생각을 정리할 수 있어서 참 좋다. 최근에 가구 바꾸고 코로나 투병하고 두 아이 독박 육아하느라 너무 정신이 없었다. 양양은 정말 멀다. 세 시간이 넘게 걸렸다. 그래도 친정 부모님 차에 아이들을 태웠고, 식당이며 호텔이며 미리 다 예약하고 지불해주셔서 꽤 편하게 다녔다. 바다는 두 군데 갔다. 동호해변과 낙산해변. 그네 타고 모래에 뒹굴고 서핑과 촬영을 구경했다. 설해원 객실에 히노끼탕과 온천수..

2021. 12. 17. (금) ~ 2021. 12. 18. (토) 원래는 남편이 애들 데리고 1박 하고 오겠다며 이 기회에 단유하자며 호기롭게 나가더니 저녁 8시 반에 전화 와서, 혹시 근처 카페에 있다가 자기가 도움을 청하면 잠깐 와서 애들 좀 봐줄 수 있겠느냐고. 그래, 내 팔자에 무슨 자유 부인이냐. 가보니 남편은 완전히 녹다운. 침대 위에서 이불 덮고 기대고 있었는데 주하가 뛰다가 내 엄지발가락을 밟았다. 부어올랐다. 통증이 있어 약간 절뚝거린다. 지난번엔 내 코를 머리로 박치기해서 코뼈를 박살내더니. 돌 전엔 신용카드를 내 눈알에 집어넣어서 혈관을 터뜨린 적도 있고. 처량한 내 신세여.

2021. 10. 3. (일) ~ 2021. 10. 4. (월) 2021년 10월 3일 2시 대구에서 남편 회사 동료 결혼식이 있다고 했다. 코로나로 인해서 1년 넘게 지인 결혼식에 불참했던 터였다. 남편은 꽤나 참석하고 싶은 눈치였다. 신랑 신부 둘 다 친분이 깊다고 했다. 대구까지 가려면 3시간이 넘게 걸린다. 오랫동안 차 타는 걸 싫어하는데. 가는 김에 부산에서 바다도 보고 하룻밤 묵고 오자고, 푹 쉬게 해주겠다는 말에 혹했을까. 아이 둘 육아에 너무나 지쳐서 여행이 고팠을까. 아니면 친정 엄마가 가지 말라고 반대를 하니까 오히려 오기가 생겼던 걸까. 나는 원래 여행을 갈 때 그 지역의 놀거리, 먹거리, 볼거리를 미리 다 조사하고 가는 스타일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남편만 믿고 가자. 이 시국에 굳이..

2020. 12. 2. (수) ~ 2020. 12. 4. (금) 이때가 주하가 33개월, 서우가 6개월 아이 둘 데리고 기차 칙칙폭폭 타고 남편이 한 번도 안 가봤다는 천년 고도 경주 여행 수원에서 대구까지 2시간 대구에서 경주까지 1시간 주하는 난생 처음 타보는 기차라 두리번두리번 혹여 민폐 끼칠까 크레용이랑 그림책 챙겨갔는데 없어도 충분히 재밌게 즐겼다 의자 오르락 내리락 책상 펼쳤다 접었다 앞에 꽂혀진 잡지도 보고 환승하는 동대구역에서 어묵김밥과 흑임자호떡으로 배를 채우고 경주역에 도착해서 렌트카 빌려다가 숙소로 가는 중에 첨성대가 보이길래 급 주차하고 내려서 ‘비단벌레차’를 타고 한 바퀴 돌았다 ‘안압지’가 ‘동궁과월지’로 이름이 바뀌었더라 원효대사와 요석공주가 사랑을 나누었다는 월정교, 김알지가..

2020. 8. 1. (토) ~ 2020. 8. 2. (일) 서우가 백일도 안 됐을 땐데 남편 입사 동기 MT 따라갔다 에어컨 빵빵 틀고 둘 낳고 많이 대담해졌네 거의 열댓 명 동그랗게 둘러앉아서 밤 늦게까지 술게임을 하고 보드게임 하고 마피아 하는데 주하가 신나서 한가운데서 춤추는데 다들 반씩 취해서 시끄럽게 떠드느라 관심 없는데 나 혼자 너무 귀여워가지고 문제는 밤새 폭우가 쏟아져서 물이 엄청 불어나고 산사태 일어나고 길이 무너지고 완전히 물난리가 난 것 아직도 기억 나는 게 자동차 타고 도로를 가는데 저기 멀리 강이 불어나서 우리쪽 도로를 덮치고 있는 것이다 왼쪽으로 꺾어야 하는 상황(왼쪽이 산이라 저 멀리가 보이지가 않음) 가던 길을 계속 갈 것인가 후진을 할 것인가 남편은 그냥 첨벙첨벙 도로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