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주의 출산에 대하여

내가 자연주의 출산을 처음 접한 것은, 결혼은 물론 연애도 하기 전인 스물넷의 여름 SBS 스페셜 ‘아기 어떻게 낳을까’라는 다큐멘터리를 통해서였다. 한창 채식 관련 서적을 섭렵하고 실천하던 때였다. 비건채식, 자연출산, 모유수유, 천기저귀, 홈스쿨링, 환경보호. 이 모든 게 하나로 이어져 있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깨닫게 되었다.

시간이 흐르고 흘러 결혼을 하고 2017년 6월 2일 임신을 확인했다. 4년간 마음속 깊은 곳에 고이 간직하고 있던 나의 작지만 소중한 꿈 ‘자연주의 출산’을 마침내 실행에 옮길 기회가 온 것이다. 마침 집 근처 시온여성병원에 자연주의 출산제도가 있었다. 거금 80만 원이지만 별 망설임 없이 지불하였다.

남들과 다른 선택은 언제나 많은 공부를 필요로 한다. 지인의 공격에 방어하기 위해서뿐 아니라 내 결심이 흔들리지 않기 위해서도 그렇다. 도움을 받았던 책 열다섯 권을 소개한다.

① 김세아의 자연주의 출산(김세아)
② 놀라운 아기 탄생의 순간(오오노 아키코)
③ 농부와 산과의사(미셀 오당)
④ 모든 출산은 기적입니다(정환욱)
⑤ 생애 첫 1시간이 인간의 모든 것을 결정한다(이교원)
⑥ 세상에서 가장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출산(미셀 오당)
⑦ 아기는 뱃속의 일을 기억하고 있다(이케가와 아키라)
⑧ 여자들이 의사의 부당 의료에 속고 있다(로버트 S. 멘델존)
⑨ 자연주의 출산 보고서(SBS 스페셜 제작팀)
⑩ 자연주의 출산 페스티벌(이윤미)
⑪ 즐거운 출산 이야기(전만배, 아만다 버러월쓰)
⑫ 출산 동반자 가이드(페니 심킨)
⑬ 평화로운 출산 히프노버딩(메리 몽간)
⑭ 폭력없는 탄생(프레드릭 르봐이예)
⑮ 황홀한 출산(엘리자베스 데이비스, 데브라 파스칼리 보나로)

가장 중요한 것은 ‘믿음’인 것 같다. 아기가 건강할 거라는 믿음.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요 보이지 않는 것들의 증거다. 믿음은 행위를 수반한다. 행함 없는 믿음은 죽은 믿음이다. 사랑으로 임신하고 믿음으로 출산한다.

난 병원을 거의 가지 않았다. 가끔 궁금해서 초음파 보러 갔던 다섯 번이 전부. 즉, 병원이 오라 할 때 간 것이 아니고 내가 주도권을 쥐고 내가 가고 싶을 때 갔다. 병원도 시온여성병원 한 군데만 간 것이 아니라 친정 근처 문산부인과도 가고 교대 근처 메디플라워도 가고, 우리 부부의 위치에 따라 그때그때 바뀌었다. 갑상선기능항진증이 있지만 약도 먹지 않았다. 필수 산전 검사라는 정밀초음파, 쿼드, 임신성당뇨, 태동, 심전도, 흉부엑스선 검사를 단 하나도 받지 않았다. 이것이 의사와 마찰을 빚었고 결국 우리 부부는 출산 계획에 대폭 수정을 기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