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행복한이명화조산원 (5)
헤헤부부의 비밀일기장
2019년 9월 23일, 아침부터 속이 좋지 않았다. 밥이 안 들어갔다. 마지막으로 생리를 한 지 7주. 예감이 들었다. 두 줄. 둘째 임신이었다. 첫째 아이 때처럼 입덧으로 두 달을 고생했다. 임산부와 수유부는 사회적 약자이다. 자발적으로 장애인이 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누군가 돌봐줘야만 그 기간을 버틸 수 있다. 남편은 출근하지 시모는 낯설지, 불편하고 위험해도 친정밖에 없다. 병원은 총 세 번 갔다. 9주, 22주, 34주. 초음파, 혈액, 소변 검사만 했다. 외국에서는 보통 그렇게 한다고 한다. 유독 우리나라가 과잉 진료를 한다. 첫째 아이 때는 다섯 번 갔었는데 그것도 많다고 느꼈었다. 병원에 가는 것보다 공원에 가는 것이 난 훨씬 마음에 안정이 된다. 2020년 5월 19일, 생..
베누스 산후조리원은 갑작스러운 결정이었다. 원래 샤론 산후조리원을 예약해 놓았는데, 출산 당일 전화했더니 빈 방이 없다는 거다. 난감해서 급히 딴 곳을 알아보았고, 다행히 베누스 산후조리원에서 2주를 묵을 수 있었다. 방에서는 채광과 난방이 중요한데 둘 다 합격점이다. 창문도 있고 온돌도 있다. 식사는 방으로 배달해주지 않고 식당에서 뷔페식으로 먹는다. 단점은 아기와 함께하지 못하지만, 장점은 양껏 리필해 먹을 수 있다. 맛도 영양도 좋다. 3시에 간식, 8시에 죽이 나오고, 모유수유 촉진차가 항시 우려져 있다. 남이 해주는 밥도 맛있지만 남이 해주는 빨래도 못지않다. 산모 옷만 빨아주는데, 남편 옷까지 빨아주는 산후조리원이 있다면 인기가 좋겠다. 산후 마사지가 필수라더니 과연 그랬다. 다리, 등, 어깨..
2018년 2월 5일 새벽 3시 반, 배를 찌르는 참을 수 없는 통증에 침대에서 일어났다. 진통이 시작됐음을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거실로 나와 의자에 쿠션을 대고 앉아 엎드렸다. 7분 간격이었다. 생리통의 열 배쯤 아팠다. 30분 정도 혼자 진통을 하다가 추워서 안방으로 들어가 남편을 깨웠다. 남편이 어플로 진통 간격을 체크하며 등허리 마사지와 심호흡 코치를 해주었다. 5시 반, 조산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상황을 듣더니 아직 한참 남았고 종일 진통할 각오를 하라며, 진통이 3분 간격일 때 다시 전화하라며 본인은 좀 더 자겠다고 하셨다. 진통의 빈도는 5분 간격으로 잦아지고 진통의 정도는 생리통의 천 배로 커졌다. 연습했던 호흡은 잘 안 되고 한 마리의 짐승이 되어 아파트가 떠나가라 비명을 질렀다. ..
내가 자연주의 출산을 선택한 데는 임산부 3대 굴욕인 ‘관장, 제모, 회음부 절개’를 하지 않아서도 있고, ‘쇄석위, 무통주사, 촉진제’가 제왕절개를 야기한다는 눈송이 효과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도 있지만, 가장 큰 것은 출산의 주도권을 내가 쥐고 싶어서였다. 내가 내 아이 낳겠다는데 왜 의사가 하라는 대로 해야 해? 병균이 득실거리는 병원에 매주 가서 외간 남자(여자) 앞에 다리를 벌리고 내 생식기를 보이라고? 됐다 그래. 그 시간에 차라리 공기 좋은 산을 오르겠어. 2018년 1월 4일 시온여성병원 조미영 의사를 만났다. 대뜸 하는 말이 ‘이러시면 안 된다’였다. 자연주의 출산이라도 병원의 정기 검진을 받아야 하며 그게 싫다면 차라리 집에서 낳으라고 했다. 산모가 주도권을 되찾으려다 의사에게 단단히..
내가 자연주의 출산을 처음 접한 것은, 결혼은 물론 연애도 하기 전인 스물넷의 여름 SBS 스페셜 ‘아기 어떻게 낳을까’라는 다큐멘터리를 통해서였다. 한창 채식 관련 서적을 섭렵하고 실천하던 때였다. 비건채식, 자연출산, 모유수유, 천기저귀, 홈스쿨링, 환경보호. 이 모든 게 하나로 이어져 있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깨닫게 되었다. 시간이 흐르고 흘러 결혼을 하고 2017년 6월 2일 임신을 확인했다. 4년간 마음속 깊은 곳에 고이 간직하고 있던 나의 작지만 소중한 꿈 ‘자연주의 출산’을 마침내 실행에 옮길 기회가 온 것이다. 마침 집 근처 시온여성병원에 자연주의 출산제도가 있었다. 거금 80만 원이지만 별 망설임 없이 지불하였다. 남들과 다른 선택은 언제나 많은 공부를 필요로 한다. 지인의 공격에 방어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