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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헤부부의 비밀일기장

동탄 벨라니 본문

아내 헤르민/자연출산

동탄 벨라니

hehebubu 2025. 10. 9.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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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30 조식 09:00 세탁 10:20 안마 11:30 청소
12:30 중식 15:00 간식 17:30 석식 19:00 야식

귀뚜라미가 연주하는 선선한 가을, 아이를 낳고 산후조리원에 들어왔다.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이 새삼 감사하게 느껴진다. 미역과 콩나물을 다듬고 당근과 양파를 써느라, 아기를 씻기고 기저귀와 배냇저고리와 속싸개를 입히느라, 접시를 씻고 쓰레기를 치우고 내복을 빠느라 오늘 누군가의 손목과 허리는 시큰해졌을 것이다. 이렇게 푹신한 베개와 의자와 침대와 산모패드와 수유패드는 누가 만들어서 나에게 안락함을 선사하는 것인가. 에비앙 생수를 하루에 한 병씩 마시는 것과 날마다 따끈한 물로 몸을 씻는 것, 어떤 나라에서는 상상도 못할 것이다. 또 마사지가 없었다면 딱딱하게 뭉친 가슴이 얼마나 난감했을까. 산후조리원에서 보내는 마지막 밤, 체온을 재러 들어오신 간호사의 ‘잘 가, 방글아’ 하는 인사가 머릿속을 맴돈다. 어두운 방에서 얼굴도 제대로 안 보였을 텐데 그새 정이 들었나 보다. 그러고 보면 태어나서 지금껏 살아있기까지 나도 수많은 손길을 거쳤겠다. 이름도 얼굴도 모르지만, 수십 년을 살아남아 안전하고 행복하게 출산하여 지금 여기 엄마가 될 수 있게 해준 수많은 사람들께 감사하다. 세상에 악이 들끓고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많지만, 이 평화가 우리나라에 오래 지속되기를, 다른 나라에 널리 퍼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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