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헤부부의 비밀일기장
진통 6시간 본문
2025년 9월 22일 밤 10시 반, 잠자리에 누웠는데 배가 아팠다. 태동인가 배 뭉침인가 긴가민가 하는데 그게 1~2시간 간격으로 밤새 지속되었다. 자궁 수축이었다. 중요한 일정이 많은 날이었다. 오전에 보건소 막달 검사, 시청 출산 휴가, 오후에 주하 탁구 예비 소집, 남편 발표. 그러거나 말거나 진통은 휘몰아쳤다.
아침 8시부터는 10분 간격으로 잦아졌다. 너무 기분 나쁜 통증이지만 어차피 한 번은 겪어야 할 과정이므로 차라리 짧고 굵게 지나갔으면 했다. 셋째이니만큼 비명을 안 지르려고 했건만 결심으로 되는 게 아니었다. 나에게 비명은 진통 완화법이었다. 오전 11시부터는 5분 간격으로 줄었다. 12시 반 조산사께서 오셨다. 1시 반 욕조에 들어갔다. 2시 아이들이 귀가했다. 2시 반 방글이 태어났다.
여러 블로그를 뒤져보며 조산사를 부르지 않고 남편이 아기를 받는 가정 분만도 상상해 봤는데 돌이켜보면 어림없었다. 진통은 어떻게든 하겠는데 막판에 아기가 나올 때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세 번을 해도 익숙지가 않다. 조산사께서 질 입구를 잡아당기고 똥 누듯 하라고 코치해 주시고 함께 호흡을 해주셔서 겨우 가능했다. 욕조에서 계속 이런 생각을 했다. 이 작은 구멍으로 그 큰 아기 머리가 나온다고? 제발 회음부 좀 잘라서 아기를 꺼내주세요. 우리나라 제왕절개 비율이 67.4%인 이유를 알겠다.
아이들 학교에 가고 조산사 오기 전까지 남편도 함께 호흡하느라 고생했다. 기분 탓이 아니라 실제로 진통이 완화된다. 확실히 몸과 마음은 연결돼있다. 이번 달 남편은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다. 박사 논문 쓰랴, 회사 일하랴, 이제 산후조리원에 있는 2주간 남편이 독박 육아까지 해야 한다. 셋째를 내가 고집한 거라 더 씩씩한 아내가 되어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