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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헤르민/가족여행

경남 거제시(2박 3일)

hehebubu 2024. 2. 22.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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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2. 20. (화) ~ 2024. 2. 22. (목)

21일 거제씨월드에 가려고 했는데 갑자기 휴관했다. 아쉬워하는 아이들에게 내일 꼭 가자고 약속했다. 22일 아침 거제씨월드로 출발하려는데 아차, 친정 엄마가 저녁 6시에 식당 예약해놨다고 했던 게 떠올랐다. 거제도에서 서울까지는 6시간. 11시에 체크아웃하고 시간이 없다. 남편이 돌고래쇼만이라도 보고 가자고 했지만, 내가 안 된다고 친정 엄마는 시간 약속을 아주 중요시해서 조금이라도 늦으면 매우 혼날 거라고 했다. 아이들에겐 미안하지만 거제씨월드 대신 서울로 향했다. 열심히 달리고 달려서 시간 딱 맞춰서 친정에 도착했더니 엄마가 “식당 취소했어. 눈도 오고 너희도 피곤할 테니 내일 가자.” 하는 것 아닌가. 너무 화가 나고 남편과 아이들에게 미안해서 급히 알아봤더니 거제도는 우리나라에서 돌고래쇼를 볼 수 있는 유일한 곳이었다. 바보 멍청이가 된 기분이었다. 충격에 휩싸여 몇 날 며칠을 고통스러워하는 내게 엄마는 미안해하기는커녕 뭐 그런 걸 가지고 그러냐며 조롱한다. 내가 얼마나 우스울까. 돌이켜보면 엄마는 늘 그랬다. 일방적으로 약속 잡고 일방적으로 약속 깨고 무시하고 내가 슬퍼하고 아파하고 힘들어하면 가시 돋친 말로 나를 비난하는 사람. 그러면서 자기는 신뢰가 제일 중요하기 때문에 시간 약속은 무슨 일이 있어도 지킨다고 포장하는 사람. 전혀 그럴 만하지 않은 사람을 나는 왜 그리 잘도 믿고 따르는 걸까. 어려서부터 가스라이팅을 당해서 그런가. 머릿속에 뭐가 들었니? 딱 보면 모르겠어? 아주 이상한 애야. 좀 고쳐. 맨날 알려줘도 몰라? 그런 생각이 안 들어? 머리가 안 돌아가? 어쩌다 너 같은 게 태어났나 몰라. 그런 말들이 내 안의 노예 감독관이 되어 이제는 엄마와 떨어져 있어도 계속 들린다. 다들 친정이 편하다던데 내게는 가장 무서운 곳이다. 언제 어떤 말로 찔릴지 모르니까 늘 초긴장 상태다. 보는 것도 골라 볼 수 있고 먹는 것도 골라 먹을 수 있지만 듣는 것은 골라 들을 수가 없다. 엄마 입에서 나오는 칼을 피해 방문을 잠그고 귀를 막았더니 열쇠로 따고 들어오더라. 아이들 겨울 방학 두 달간 친정에 살며 생겼던 두통이 거제에 가서 싹 사라지더니 친정에 오니까 다시 도진다.

이상, 믿었던 엄마의 배신을 명심하기 위해, 앞으로 현명한 판단을 내리기 위해, 참된 사람과 거짓된 사람을 분별하여 나와 우리 가족을 지키기 위해 적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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